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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장애로 움츠린 마음 음악으로 활짝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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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17-01-09 조회수:5,559

 

 

말은 어눌했다. 수줍은 표정은 감출 수가 없었다. 하지만 무대 위에 오르자 어눌하지도 수줍지도 않았다. 당찬 연주가 이어졌다. 운궁(運弓)은 힘찼다. 바이올린과 첼로는 활의 움직임에 따라 때로는 여리고 때로는 강렬하게 소리를 쏟아냈다.  

 

발달장애를 가진 기악 연주자들이 비장애인과의 경쟁에서 당당히 1,2위를 차지했다. JS예술기획(대표 허영순)이 최근 주최한 ‘드림 콩쿠르’에서다. 주인공은 백석예술대 2학년인 한주현(22)씨와 조경익(23)씨로 이들은 각각 바이올린과 첼로 부문에서 수상했다.  

 

27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열린 수상식 및 연주회에서 한씨는 “사람들 앞에서 연주할 수 있게 돼 기분이 좋았다. 앞으로 솔리스트가 돼 기량을 뽐내고 싶다”고 소감을 말했다. 조씨도 “상을 받게 돼 날아갈 듯 뿌듯하다. 인정받았다는 느낌이다. 앞으로 전문 연주자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수상 연주회에서 한씨와 조씨는 각각 뷔에땅과 엘가의 곡을 연주했다.  

 

 

한씨는 발달장애(지체성) 3급이다. 어릴 때는 음악보다 수학에 관심이 많아 아인슈타인이란 별명도 얻었다. 하지만 목회자였던 아버지를 여읜 뒤 슬픔과 상실감으로 컴퓨터 게임에 빠졌다. 세상과 소통하지 않은 채 게임세계 속에 갇혀 지냈다. 그랬던 그를 음악세계로 인도한 것은 어머니. 10세 때부터 피아노를 쳤고 14세 때부터 바이올린을 잡았다. 

 

한씨는 잡념이나 틱장애 등 강박증이 심해 음악 공부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집중력이 강한 편이어서 뭐든 꽂히면 몰입했다. 고1때 발달장애 청소년을 위한 오케스트라인 ‘하트하트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입단했고 대학은 차석으로 입학했을 정도로 실력을 키워왔다. 현재 ‘하트앙상블’ 단원이면서 서울 여의도침례교회 오케스트라에서 제1바이올린을 맡고 있다. 한씨는 “만약 음악을 하지 않았다면 게이머를 했을 것”이라며 “음악으로 자신을 얻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조씨는 발달장애 2급이다. 어릴 때부터 교회(서울 명성교회)를 다녔고 교회 안에서 노래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다 중학교 2학년 때 교회에서 구성된 현악반에서 첼로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고1때는 하트하트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했다. 2014∼2015년엔 하트 첼로 앙상블 단원으로도 활동했다. 조씨는 첼로가 좋은 이유에 대해 “낮은음, 베이스가 좋아서”라고 했다. 자신과도 비슷하다고 했다. 첼로의 무게는 4㎏ 정도 된다. 조씨 역시 또래에 비해 큰 키와 몸집을 갖고 있다. 교회 성가대에서도 줄곧 베이스 파트를 불렀다.  

 

조씨 역시 어머니의 도움으로 첼로를 선택했다. 발달장애인의 경우 사회성이 저하된 경우가 많아 협연이 가능한 첼로를 권했던 것이다. 조씨도 만족하며 함께 연주하는 것에 익숙해졌다. 그러나 이번 콩쿠르로 독주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얻었다. “세계를 다니며 연주하고 싶다”고 했다.  

 

이들 두 대학생은 콩쿠르에 참가하면서 자신들에게 익숙한 세계를 나와 낯선 땅에 발자국을 내딛었다. 협연에 만족하던 그들이 단독 연주자로서 포부를 밝힌 것이다. 

 

콩쿠르를 주최한 허영순 대표는 “이번 콩쿠르는 장애인 비장애인이 모두 참여해 자신의 꿈을 이루자는 취지로 열렸다”며 “두 학생의 입상을 계기로 장애인 음악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환경과 무대가 더 넓어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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