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하트-하트재단 리사이틀홀에서 열린 제3회 하트하트음악콩쿠르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하트-하트재단 제공
“세계로 뻗어 나가는, 더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성악가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17일 열린 ‘하트하트음악콩쿠르’에서 대상을 수상한 박무룡(성악·22·사진) 씨는 이렇게 소감을 말했다.
하트하트음악콩쿠르는 하트-하트재단(회장 오지철)이 개최하는 국내 최초의 발달장애인 콩쿠르로 올해가 3회 대회이다. 이번 콩쿠르에는 피아노, 관·타악, 현악, 성악 등 4개 부문에 걸쳐 전국 91명의 발달장애인들이 참여했다. 지난달 25일 치러진 본선에서 선발된 8명이 이날 결선에서 실력을 겨뤄 박 씨가 영예의 대상을 차지했다.
박 씨는 이번 콩쿠르가 세 번째 도전이다. “각오가 남달랐어요. 1회 때는 본선만 갔으면 했고, 2회 때는 수상만 하면 좋겠다 했는데 동상을 받게 됐어요. 결선 무대를 보면서 자극을 받아 대상 욕심이 나더라고요. 목표가 생겨 더 열심히 연습했던 것 같아요.”
그는 입시를 준비하다 고3 때 코로나가 터지면서 레슨받기 어려워져 진학을 포기하고 취업했다. 골프존 파스텔 합창단에서 4년째 근무하고 있는 그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큰 변화가 생겼다고 한다.
“집은 수원이고 직장이 서울이라 대중교통으로 1시간 30분 정도 걸려요. 원래는 부모님께 데려다 달라고 하는데 합창 단원 중 혼자 다니는 친구들을 보면서 ‘몇 번만 연습하면 나도 스스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은 혼자 출퇴근하고 있습니다.” 그는 자립심이 생겼을 뿐 아니라 합창단 활동을 통해 다른 사람 소리도 듣고 기다릴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발달장애인 아들을 음악인으로 키워낸 어머니 이상희 씨는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TV에 나오는 서번트 증후군(발달장애인이 음악, 미술, 운동 등 특정 분야에 큰 재능을 보이는 현상 ) 아이들을 보면서 좌절감을 느끼기도 했어요. 무룡이에게 음악을 가르치면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정말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발달장애아 부모들께서 포기하지 않고 아이가 좋아하는 하나를 찾았을 때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지지해주면 좋겠습니다.”
이날 대상을 포함해 금상, 은상, 동상 총 25명의 시상식이 함께 진행됐다. 대학 및 성인부 금상은 부문별로 서울대 기악과 이강현(피아노·23), 상명대 음악학부를 졸업한 권오빈(클라리넷·26), 삼육대 음악학과 손정환(첼로·24) 씨가 수상했다. 중·고등부 금상은 홈스쿨링 중인 이미르(피아노·14), 잠신중 신승윤(호른·14), 아름학교 황석환(비올라·15), 동방학교 김형찬(성악·19) 군이 수상했다.
김용배 심사위원장(추계예술대 명예교수)은 “올해 콩쿠르는 부문을 막론하고 참가자들의 실력이 작년보다 더 높아져 수상자 선발에 고민이 더 깊었다”며 “기술적인 완성도뿐만 아니라, 참가자 한 명 한 명의 연주에서 진심 어린 열정을 느낄 수 있어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평했다.
콩쿠르를 주최한 하트-하트재단의 오지철 회장은 “재단은 앞으로도 발달장애인들에게 더 많은 연주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 인식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며 “수상자들이 전문 연주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