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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9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홀에서 열린 ‘2016 세계사회복지대회’ 개막식 행사장 옆 대기실에선 검은색으로 옷을 맞춰 입은 14명이 저마다 악기를 하나씩 들고 손과 입을 분주히 움직였다. 이들 사이를 지나다니던 김남영 지도사가 “조율하세요”라고 말하며 다독였다.
| 세계사회복지대회 개막식 빛낸 발달장애인 오케스트라 단원 14명
이들은 사회복지법인 하트하트재단이 조직한 오케스트라의 지적·자폐성 등 발달장애인 단원들이다. 이들은 곧이어 1000여 명이 바라보는 무대에 섰다. “조금 특별한 공연이 준비 돼 있다”는 사회자의 말이 끝난 직후였다.
단원들이 지휘자의 지휘봉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웅장한 화음을 내자 관객 모두가 숨죽여 바라봤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등 10가지 악기가 하나의 선율을 만들어 내는 순간이었다. 휴대폰을 꺼내 사진과 동영상을 찍는 사람들도 여럿 보였다.
20여 분간 모차르트 교향곡 25번 1악장부터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까지 3곡이 연달아 연주됐다. 마지막 곡이 끝나자 객석에 있던 외국인들은 탄성을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한참 동안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공연을 본 래쉬미 판데이(인도·37·여)는 “장애인들이 펼치는 공연은 생전 처음 본다”며 “놀랍고 완벽했다. 다른 장애인들에게도 큰 동기부여가 될 것 같다”고 했다.
발달장애인 오케스트라 단원 14명이 이날 무대에 서기까지 어려운 과정을 거쳤다. 한승엽 하트하트재단 오케스트라사업부 팀장은 “한 곡당 6개월간 1000번씩 연습한 결과”라고 말했다. 오케스트라 단원은 총 40여 명인데 이들 가운데 뛰어난 실력을 인정 받고 지난해 오디션을 거쳐 14명이 엄선됐다.
이날 지휘를 맡은 김근도 지휘자는 이들과 3년 전부터 고락을 함께 했다. 그는 “처음엔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데리고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막막했다”며 “연습 중에 일부 학생들이 감정 조절을 못해 소리를 지르거나 갑자기 밖으로 나가 엄마를 찾는 일도 흔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실력은 눈에 띄게 향상됐다. 김 지휘자는 “교육과 연습을 반복하니 실력이 빠르게 늘더라”며 “다들 열의를 갖고 하니 뿌듯하다. 비장애인들과 다를 바 없이 목표치를 높게 잡고 가르친다”고 말했다.
이들은 전문 연주가를 꿈꾼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사 3학년에 재학 중인 이한결(21·발달장애 3급) 군은 2007년부터 트럼펫을 불었다. 최근 부산 음악 콩쿠르에서 비장애인도 쉽지 않다는 1차 예선을 거뜬히 통과했다.
이군은 “지금까지 200~300번 무대에 섰다”며 “트럼펫을 부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 이군은 학창 시절 혼자 그림 그리는 것만 좋아하던 폐쇄적인 아이였지만, 10년간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며 놀랍게 달라졌다.
“제임스 골웨이, 에마뉘엘 파후드처럼 세계적 플루티스트가 되고 싶다”는 김동균(23·자폐성 장애 2급) 군도 마찬가지다. 김군은 한예종을 졸업하고 올해 대학원(예술전문사)에 입학해 꿈을 키워가고 있다. 김군 어머니 성은희(51)씨는 “동균이가 음악을 하면서 문제 행동이 줄고, 많이 좋아졌다”며 “아이가 평생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기쁘다. 욕심을 내며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는 모습을 보면 기특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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