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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9
[인터뷰] 취임 2주년 맞은 오지철 하트-하트재단 이사장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장애인을 배려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장애인 전용시설을 많이 만드는 것 자체가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을 전제로 한 겁니다. 다문화 지원정책도 마찬가지죠. 생김새가 다르다고 차별하지 말고 다문화가정 자녀가 일반 가정 어린이와 함께 어울릴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재단의 구호도 그래서 ‘더불어 함께‘ 입니다"
오지철(71) 하트-하트재단 이사장은 문화행정·문화정책 전문가로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문화체육관광부 국제체육국장·문화사업국장·문화정책국장·기획관리실장 등을 거쳐 차관을 지냈고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 한국관광공사 사장, TV조선 대표를 역임했다. 지금도 단국대 문화예술대학원장과 광화문문화포럼 회장을 맡고 있다.
그런 그가 2018년 1월 2일 사회복지법인 수장을 맡아 아동·장애인·다문화 지원사업 현장을 누비고 기아와 질병 퇴치 등 국제개발협력 과제를 고민하고 있다. 이사장 취임 2주년을 맞아 9일 서울 송파구 송이로 하트-하트재단 집무실에서 소감과 신년 계획을 물어보았다.
하트-하트재단은 이른바 ‘빅4‘라고 불리는 구호봉사단체에 견주면 규모가 작다. 그러나 국제기구를 뺀 토종 단체 가운데서는 역사도 오래됐을뿐더러 탄탄한 조직과 투명한 운영으로 정평이 나 있다. 청각장애인 지원 사업에 앞장서 인공와우(달팽이관) 수술이 건강보험 대상에 포함되는 데 기여했는가 하면 장애 이해교육 ‘하트해피스쿨‘로 교육기부 대상을 받기도 했다.
2005년부터는 개발도상국 아동 지원에 나선 뒤 2008년 외교부 산하 사단법인을 설립했다. 전력 사정이 낙후한 25개국에 태양광 램프를 보급하고 탄자니아 안과병원과 캄보디아 초등학교를 지어주는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특히 발달장애 청소년으로 구성해 운영하는 오케스트라는 하트-하트재단의 대표 브랜드가 됐다. 2006년 8명으로 창단한 단원이 2010년 50여 명까지 늘어났다. 2018년 9월 미국 워싱턴DC 케네디센터와 2019년 9월 일본 히비야공원 한일축제한마당 등 국내외 무대에서 900여 차례 공연했다. 올해도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발달장애인에게 체육, 미술, 무용 등 여러 분야를 가르쳤는데 악기 합주가 가장 효과가 뛰어나다고 판단했습니다. 각기 다른 악기로 하모니를 이루는 과정을 체험하며 소통과 배려를 배우고 자존감과 협동심이 기르는 거죠. 처음에는 복지 전문가들도 ‘헛고생하지 말라‘고 말렸죠. 음악계에서는 코웃음을 치더군요. 그러나 아이들은 해냈습니다. 편견의 벽을 깬 겁니다"
실력도 녹록지 않아 35명의 정단원 가운데 28명이 대학에서 기악을 전공한 졸업생이거나 재학생이다. 이 가운데 6명은 명문으로 꼽히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이다.
오지철 하트-하트재단 이사장이 2018년 9월 21일 미국 뉴욕에서 발달장애 오케스트라 공연을 펼친 뒤
‘뉴욕 하모니 프로그램‘의 앤 피츠기번 대표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하트-하트재단 제공]
오 이사장은 "아직도 장애인 편견 때문에 동등한 실력을 갖췄는데도 시립교향악단 등에서 받아주지 않는다"고 안타까움을 털어놓으며 "마음속의 장벽을 깨기 위해서는 가정·학교·사회에서 적극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하트-하트재단은 올해 다문화가정 지원사업을 새로 시작한다. MSO(Multiple System Operator·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 딜라이브와 함께 다문화가정 학생에게 새 학기 책가방과 교복을 지원하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으며, 우리다문화장학재단과 손을 잡고 우리다문화오케스트라 단원을 모집해 2월 1일 발대식을 열기로 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는 고구려, 통일신라, 고려 때 국력이 융성했습니다. 이민족을 포용하고 개방사회를 지향해 다양성을 추구한 덕분이죠. 글로벌 시대가 가속화하고 인구절벽 시대를 눈앞에 둔 요즘에야말로 다문화 가치를 적극 수용해야 합니다"
편견과 차별의 시선은 같은 핏줄인 중국 동포(조선족)나 CIS(독립국가연합) 동포(고려인), 탈북자(새터민)에게도 쏟아진다. 탈북자 2명의 멘토 역할을 6년째 하는 오 이사장은 "함께 어울리는 시간이 많아져야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고 강조한다.
"나도 알지 못하던 차별적 생각이 적지 않았던 걸 수시로 깨닫습니다. 그래도 자주 만나서 소통하다 보니 많이 배우죠. 나눔과 봉사는 남을 도와주는 게 아니라 나 자신과 우리 모두를 위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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