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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13
[김황식의 풍경이 있는 세상]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조선일보 [아무튼, 주말] 2022. 6. 11 김황식 전 국무총리
금년도 삼성호암상 사회봉사 부문 수상자로 하트-하트 재단이 선정되었습니다. 가난과 장애, 질병으로 소외된 아동 및 그 가족의 역량을 강화하여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든다는 비전을 갖고 시작한 재단의 다양한 사업 가운데, 발달 장애 청소년들이 음악을 통해 사회와 소통할 수 있도록 시작한 오케스트라 활동이 수상 이유였습니다. 즉, 장애인들이 예술로 사회와 소통하는 문화 복지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공로입니다.
발달 장애인은 혼자 하는 독주는 해낼 수 있지만 서로 간의 협력과 하모니가 필요한 합주는 불가능한 일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타인과 교감하며 사회에 적응하는 것이었기에 끊임없이 노력하여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습니다. 뉴욕 카네기홀 연주를 비롯해 국내외 공연을 1000여 회 하며 장애 극복은 물론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에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동안 230여 명의 아이들이 단원으로 활동하였고 대학생으로, 어엿한 사회인으로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단원들의 음악적, 사회적 성장은 본인뿐만 아니라 가정을 다시 행복한 가정으로 회복시켰습니다.
시상식에서 신인숙 이사장은 “가장 권위 있고 영예로운 삼성호암상 수상은 저희 재단에는 비할 데 없는 큰 기쁨과 영광인 동시에 우리나라 모든 복지 단체에 보내주시는 따뜻한 격려이자 응원이라고 믿습니다. 여러 사회복지 분야에서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묵묵히 사명을 감당하고 계시는 많은 분과 이 영광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라고 인사하였습니다. 울음을 참으며 하신 말씀이었기에 저는 “울음을 참지 않으셨어도 좋았을 것입니다”라고 공감하며 격려해드렸습니다.
시상식에 이어진 만찬 행사에서 더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되었습니다. 사회자가 수상자들을 만나 간단한 인터뷰를 하였습니다. 신 이사장은 자신이 아니라 함께 참석한 세 단원과 어머니들의 얘기를 들어보자고 제안하였습니다. 타악기를 하는 유용연군, 더블베이스를 하는 홍정한군, 바이올린을 하는 이동현군은 자신들을 또박또박 소개하였습니다.
한 어머니는 “그동안 지치고 힘들었지만 재단에 의지하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오늘 제 생애 최고의 화려한 외출을 한 것 같습니다. 너무 감사드리고 너무 감동이고 너무 좋습니다. 우리 아들 덕분에 제 인생도 업그레이드된 것 같습니다. 힘든 과정을 꾸준히 따라와 준 우리 아들에게 감사하고, 재단 이사장님 또 선생님들 도와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해서 우리 힘든 아이들에게 희망이 되고 우리들도 그들로 인하여 희망을 받고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어머니는 “장애 아이를 키우는 것이 항상 노고라고 위로를 받곤 하지만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보면 아이를 통해서 얻는 것도 되게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꿈을 가지고 만난 우리 단원과 가족들은 커다란 배에 탑승한 공동체입니다.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온 것에 대해서, 삶이란 이런 거구나 하고 귀한 진리를 배운 것 같고, 배우는 게 더 많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근자에 들은 어떤 연설보다 감동적인 스피치였습니다. 진솔하고 절실한 감사와 소망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행사 후 이재용 부회장은 자신을 알아보고 달려든 아이들을 껴안아 주고 어머니들과 한데 어울려 사진을 찍기도 하였습니다. 그들이 이날처럼 늘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얼마 전에도 서울 성동구에서 40대 어머니가 발달 장애가 있는 여섯 살 아들을 안고 아파트에서 뛰어내렸습니다. 유사한 사건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재난 지원·손실 보상 명목으로 수십조 원을 지원할 수 있는 나라가 이들을 좀 더 챙길 수십억 원의 여유는 없는지,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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