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하트오케스트라의 기적
▶1급 발달장애 유용연씨는 어떻게 타악기 전문 연주자로 변신했나
누나와 아홉 살 터울로 태어난 늦둥이였다. 용연이는 말과 걸음이 늦됐다. 특히 작은 소음에도 귀를 막고, 소리가 울리는 지하나 사람 많은 곳에 가면 자지러지게 놀라 울음을 터트렸다. 알고 보니 단순히 늦되고, 예민한게 아니었다. 용연이는 네 살 때, 발달장애 1급을 진단받았다. “이 아이가 과연 세상에 나가서 살 수 있을까?” 엄마는 어딘가로 날아가 버리려는 희망 을 부여잡았다. 신발 뒤축이 닳도록 시끌벅적한 공간을 찾아다니고, 피아노와 드럼 등의 다양한 악기를 가르쳤다. 소음에 무뎌지게 하고, 근육을 발달시키기 위해서였다.
이십여 년이 지난 지금, 용연이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이미 성인이 되었을 나이, 여느 성인 발달장애인처럼 복지관이나 주간보호센터에 다니고 있을까. 그의 어머니에게 아들의 안부를 물었다.
“우리 용연이요? 관객을 울리고 웃기는 타악기 연주자로, 어엿한 사회인이 되었어요.”
올해 스물다섯 살이 된 용연 씨는 ‘제2의 지휘자’라고 불리는 타악기 연주자가 되어 있었다. 오케스트라의 중앙에서 팀파니 채를 양손에 들고 춤추듯 연주하는 걸로 유명하다고 했다. 용연 씨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지금의 일상은 꿈과 같은 일이었다. 용연 씨의 어머니는 꿈이 현실이 된 건 하트 하트오케스트라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16년의 공로를 인정한 ‘삼성호암상‘
"수혜의 대상이 아닌 나눔의 주체가 될 것!"
“시립교향악단 상임 지휘자들 사이에서 꼭 한 번 거쳐야 하는 코스로 소문났어요.”
한 시립교향악단 상임 지휘자의 농담 섞인 말이었지만, 이는 시립교향악단 상임 지휘자라면 발달장애인으로 구성된 하트하트오케스트라의 지휘를 한 번은 맡아야 한다는 의미다.
하트하트오케스트라는 국내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최정상급 지휘자와 솔리스트와 함께하는 ‘마스터즈 시리즈’ 공연을 2021년부터 이어오고 있다. 연 4회, 공연의 특성상 매회 지휘자와 솔리스트가 바뀌고, 그에 따라 공연의 레퍼토리도 계속 달라진다. 하트하트오케스트라 단원들은 더 이상 낯선 연주자와의 협연을 어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클래식 곡을 익히는 데도 몇 주가 채 걸리지 않는다. 요즘은 여느 음악가들이 그러하듯, 연주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할 뿐이다.
2022년은 뜻깊은 해였다. 하트-하트재단은 1988년 설립 후 줄곧 장애인 을 위한 다양한 복지사업에 힘써온 공로로 한국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삼성호암상 사회봉사상을 수상했다. 발달장애인으로 구성된 하트하트오케스트라가 선도적인 문화복지의 본보기로서 우리 사회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이 수상의 주된 이유였다. 하트하트오케스트라의 김혜림 팀장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하트하트오케스트라는 이제 도움을 받는 대상이 아닌 도움을 주는 대상이 되려고 합니다. ‘찾아가는 후원음악회’를 열어, 거기서 모인 기금으로 우리 사회의 소외된 장애인들을 찾아 도울 예정이에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걸었다. 그 길을 또박또박 걷는 사이, 1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혼자가 아니었다. 서로 손을 잡으니, 아름다운 선율이 만들어졌다. 그것이 오랜 세월을 멈추지 않고 걸을 수 있게 했다. 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저 멀리, ‘아직도 가야 할 길’이 하트하트오케스트라를 향해 부드러이 손짓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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