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마법 같은’ 공연입니다.”
한국 발달장애인 36명이 꾸린 ‘하트하트오케스트라’가 프랑스 클래식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7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117년 역사를 자랑하는 살가보극장 공연을 관람한 마리메르세데스 게나스키아 씨는 “연주자들의 열정과 감정이 느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공연장 1000석을 가득 채운 프랑스인들은 마지막 곡이 끝나기도 전부터 기립 박수로 호응했고, 앙코르 곡을 세 번이나 요청하며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날 공연은 2024년 파리 패럴림픽(8월 28일∼9월 9일)을 맞아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의 지원으로 마련됐다. 또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로부터 ‘문화 올림피아드’ 라벨을 획득하며 파리 올림픽 공식 문화행사로도 인정받았다.
20대와 30대 발달장애인으로 구성된 연주자들은 러시아 차이콥스키 음악원 출신 안두현의 지휘로 비제의 ‘카르멘 서곡’, 생상스의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8번 4악장’, ‘교향곡 9번 4악장’,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서곡’ 등을 선보였다.
이날 공연은 지휘자가 큰 동작으로 손을 유독 많이 휘두르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발달장애인 연주자들이 자기 연주에만 빠지지 않고 다른 음과 조화를 이룰 수 있게 연주자들을 일깨우기 위한 의도라고 한다. 실제로 연주 도중 악기를 갑자기 공중으로 들어 올리는 연주자도 있었지만, 공연 자체는 다른 오케스트라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안 지휘자는 “발달장애인들은 여건상 사회에서 소외될 수 있는데 합주를 위해 함께 모여 소통하며 사회성도 기를 수 있었다”며 “이번 공연이 발달장애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주자들도 감격에 겨워했다. 콘트라베이스 연주자인 홍정한 씨(34)는 “앙코르 요청과 박수를 받으며 무대로 다시 나올 때마다 너무 뿌듯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첼로를 맡은 김다빈 씨(31)도 “사람들이 너무 많아 놀랐다”며 “앞으로 평생 세계를 돌며 연주하고 싶다”고 했다.
연주자 부모들은 눈물을 흘리며 공연을 지켜보기도 했다. 홍 씨의 어머니 정은희 씨는 “행여 공연 도중 돌발 행동을 할까 봐 초조하게 지켜봤다”며 “음악이 치료 효과가 있다고 해서 시작했는데 이런 큰 무대에서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쳐 대견하다”면서 눈물을 글썽였다.
하트하트오케스트라는 1988년 설립된 사회복지법인 하트하트재단이 2006년 창단했다. 19년간 한국 예술의전당과 미국 뉴욕 카네기홀, 워싱턴 케네디센터 등에서 연주했다.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1200회가 넘게 공연을 펼쳤다.